‘주 4.5일제’ 도입되고, ‘4都 3村’ 가능해지면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주 4.5일제’ 도입되고, ‘4都 3村’ 가능해지면 지방 ‘세컨드 홈’ 구입 늘어날 수도…균형발전, 지방 생활인구 증가

기사입력2025-08-02 00:00

함영진 객원 기자 (yjham@wooribank.com) ㅣ다른기사보기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주 4.5일’ 도입 추진은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대선 10대 공약 가운데 정책 순위 7번째 공약이었다.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정책의 일부로,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감축하기 위해 주 4.5일 도입·확산을 내세운 것이다.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주 4.5일제 실시 지원 및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주 4.5일제 도입 형태는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거나, 특정 요일(예: 금요일)을 반일 근무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또는 유연 근무나 근무일 조정을 통해 현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월요일~목요일은 1일 9시간씩 근무하고 금요일은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형태도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일제히 강제하기보다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정부가 재정·행정적 지원을 제공해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공무원과 공기업 또는 대기업과 금융권 중심으로 단계적 시범 시행이 유력해 보인다.

주 4일제와 주 4.5일제는 이미 해외 곳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주 4일제는 아이슬란드, 벨기에, 스페인, 영국, 일본 등지에서 활발히 시행 또는 시범 운영 중이며, 주 4.5일제는 UAE(아랍에미리트),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벨기에는 2022년 주 4일제를 법제화했다.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무를 4일로 압축하거나, 5일 근무 선택이 가능하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2019년 공공부문에서 주 4일제를 시범 실시 후 2022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51% 이상이 주 4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 및 근무형태 조정은 순기능과 함께 여러 우려도 낳을 수 있다. 과거 주 5일제의 단계적 도입이 있었던 2004년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며 주 5일 근무를 공식화했을 때도 그랬다.

주 4.5일제가 현실화하면 4都 3村(4도 3촌) 움직임에 따라 도심 등 수도권 외 지방의 세컨드 홈 구입이 늘 수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생활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업으로선 인건비 증가나 제조업의 생산성 유지 부담이 크고, 장시간 근무가 장려되는 한국의 노동문화 극복도 주 4.5일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 전제다.

하지만 휴식과 여가 증가로 국민 삶의 질이 나아지고 워라벨(Work-Life Balance) 등 직장의 만족도나 이직률 감소 등 기대할 점이 상당하다. 여행, 레저 산업 수요 증가나 차량 배출감소로 탄소 발자국이 줄고 대기질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주 4.5일제가 현실화하면 4都 3村(4도 3촌) 움직임에 따라 도심 등 수도권 외 지방의 세컨드 홈 구입이 늘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생활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 4.5일제로 인한 세컨드 홈 입지는 금요일 오후 등 주말 이용이 쉬운 곳이 선호될 것이다. 수도권에서 1~2시간 내 접근 가능한 경기권역 및 연접 지역권이 30~40세대에겐 워케이션, 50~60세대에겐 주말농장 및 휴양지로 우선 검토될 전망이다.

일례로 KTX와 서울-양양고속도로 등으로 금요일 반일 근무 후 당일 이동이 편이한 강원권(강릉, 속초, 양양, 춘천, 홍천, 원주 등)은 천혜의 자연환경(동해안, 설악산, 오대산 등)과 수도권 접근성으로 장기적인 세컨드 홈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이외에도 충청권(제천, 단양, 태안, 서산)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지방 부동산 자산의 환금성 우려가 있다면 경기도 내 가평, 양평, 여주, 남양주시 등 서울 인접지역 내 차량 1시간 주파가 가능한 곳이 대안이 될 전망이다.

다만 주 4.5일제 도입이 지방 세컨드 홈 마련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지방 다주택 규제 완화나 균형 발전에 따른 지방 경기회복, 생활인구 증가가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 수요자도 성급한 의사 결정보다 주 4.5일제 안착 등 제도 변화에 발맞추고, 인구소멸 우려 지역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나 지방 공시가격 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 중과 배제 같은 세제 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절세고민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