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 투자 역대 최고치…제조업 비중 77.7%

프린트

세계시장 ㅣ 중국 中, 韓 투자 역대 최고치…제조업 비중 77.7% 기술 유출·우회 수출 리스크 우려…정부 대응 필요 지적도

기사입력2025-08-21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4년 중국(홍콩 포함)의 한국 직접투자가 신고액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7년간 한국의 최대 투자국 자리를 지켜온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실제 집행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중국의 대한국 투자 증가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은 전년 대비 147.4% 늘어난 67억9400만 달러였다. 하지만 도착액은 12억3000만 달러로 94.4% 증가에 그쳐, 신고액과의 격차가 컸다.

투자 확대 배경…미중 경쟁·공급망 재편·내수 부진

중국의 대한국 투자 확대 배경에는 미중 기술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내수시장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대중 투자심사 강화로 투자지역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생산·물류 거점이자 첨단기술 협력 파트너로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한국을 중국의 ‘고기회-고위험’ 투자국으로 분류하며, 첨단기술과 산업구조 보완성을 강점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불확실성을 약점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내수시장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투자 유치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대한국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투자 77.7%…배터리·디스플레이·의약품 중심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제조업 비중이 77.7%에 달했다. 특히 배터리·액정표시장치·의약품 등 전략·기술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집중됐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저장 화유코발트, GEM, CATL 등 중국 기업이 새만금과 포항, 여수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으나, 미국의 ‘외국우려실체(FEOC)’ 지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제 강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일부 사업이 지연되거나 철회됐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산산그룹이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인수했고,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 매각도 성사됐다. 의약품 제조업에서는 SK pharmteco 홍콩 법인이 세종시에 첨단 펩타이드 생산기지를 세워 아시아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섰다.

서비스업 투자는 회사 본부·경영컨설팅과 생활용품 도매업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졌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물류센터 확충과 유통망 확대를 진행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과 부동산 개발·임대업은 감소세를 보였다.

알리바바·텐센트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개인정보보호 규제 강화 등으로 추가 진출이 제한됐다.

기술 유출·우회 수출 리스크 우려…정부 대응 필요

중국의 대한국 투자 증가는 기회와 함께 부작용도 낳고 있다.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와 생산역량 확대로 기존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그린필드 투자로 한국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기지로 인식돼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실제로 미국은 2017년 하반기 중국산 알루미늄박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한국에 공장을 건설한 중국 알루미늄 업체를 우회행위로 의심하며 2022년 7월 관련 조사를 시작했고, 2023년 11월 해당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업종별 맞춤형 투자 유치·관리 전략을 마련하고, 기술 유출 방지와 우회수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배터리 신소재 개발, 폐배터리 재활용 등 상호이익이 가능한 분야에서 한중 간 공동연구와 협력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투자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의 우회 수출 목적의 투자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또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