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1년이 됐지만, 피해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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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티메프 사태 1년이 됐지만, 피해는 현재진행형 플랫폼 기업과 이용사업자 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조성을

기사입력2025-07-15 09: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티메프 사태를 겪게 됐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가 내민 건 지원이 아닌 또 다른 부채였습니다. 대부분 이자 부담이 있는 정책자금 대출이었고, 정부가 피해 기업에 판로지원사업으로 82억원을 지원했다고 하지만 기업당 평균 지원액은 500만원 수준에 불과했고, 구조적인 매출 공백과 손실을 회복하기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책은 늦었고, 많은 기업이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2. 10년 넘게 카마라 유통사업을 해온 저는 티몬 미정산 피해금액만 약 20억원에 달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판매대금 정산이 최대 70일 이상 소요되다 보니, 사업자들은 원자재 구매와 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산 예정금(판매대금)을 담보로 SC은행 파트너스론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정산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면서, SC은행은 판매자들에게 원금과 6.5%의 이자를 청구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정산금도 못 받고, 대출 원리금까지 떠안은 이중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피해자들의 이런 토로가 이어졌다. 지난해 7월 22일 발생한 티몬, 위메프 대규모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정산대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책금융 지원을 받은 피해기업들마저 세금징수, 세무조사, 은행권 대출 차별 등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금액은 무려 1조2790억원에 달한다. 총 4만8000개 업체가 피해를 입었고, 이 중 미정산액이 1억원 이상인 업체도 981개사에 이른다. 소비자 피해도 47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피해액을 정산받은 규모는 전체 피해액의 0.75%에 불과하다. 즉 1억원의 피해를 본 업체가 돌려받은 돈은 75만원 정도라는 얘기다.

티메프의 회생절차가 법원에서 인가된 이후, 이 회사의 채무는 사실상 면책됐고, 피해 기업들은 손실을 오롯이 떠안은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남근 의원은 “이 피해는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으며, 정부가 보다 철저히 대응했다면 대규모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재무위험성이 명백했던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금융당국은 경고만 반복했을 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 또한 소비자·판매자 피해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사태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은 부재했고, 많은 피해 기업들이 지원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오히려 정책금융을 활용한 일부 피해업체들은 세무조사와 대출제한 등 2차 피해까지 겪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를 “플랫폼 유통구조의 불공정과 정부·금융당국·공정위의 무책임이 합쳐져 만들어낸 제도적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 홈플러스, 발란 등 유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지금, 더 이상 땜질식 대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플랫폼 기업과 이용사업자 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난해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거래의 신뢰와 정산의 투명성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지탱하는 본질이다. 더 이상 판매자가 정산금을 담보로 한 대출에 이자까지 물며 ‘플랫폼과 은행의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돼선 안 된다. 플랫폼과 금융사가 반드시 책임을 분담하도록 정산 시스템과 결제 구조, 과세 기준까지 바로잡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