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목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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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목적인데 취지를 살려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역할 다 해야

기사입력2024-06-20 10:5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콜센터 일은 노동강도가 높은데, 남녀 나이를 불문하고 최저임금으로 책정돼있습니다. 그래서 퇴사율도 높습니다. 공공기관이지만 국가가 나서서 외주 하청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청년정책, 출산정책을 말하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MZ세대 청년노동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국세청 콜센터 청년노동자 A씨가 지난 18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개최한 최저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한 이야기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사연이 소개됐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B씨는 가구 생계비에 한참 모자란 임금으로, 노후대책은 꿈도 못꾼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청소한지 10년째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C씨는 배달음식은 커녕, 과일도 사먹지 않는다고 했다. 덜 쓰고, 덜 먹는 것이 노후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임금소득은 낮고, 자산소득은 꿈 꿀수도 없는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노후 준비는 커녕 현실의 삶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한국통계학회에 의뢰해 비혼 단신근로자 290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약 246만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은 월급으로 계산했을 때 약 206만740원인데,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의 실태생계비보다 39만원이 적다.

또 최저임금 노동자 45.2%가 소득이 없는 1명 이상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의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어렵사리 겨우 삶을 유지해가는 수준일 뿐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심의, 올해에도 최저임금 차등화가 논의의 중심에 있다. 노동자 측은 고물가와 고금리 경제상황에 맞게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얘기하고 있고,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업종이나 기업 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혜경 의원은 18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조항을 없애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의무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앞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최저임금의 수용성 제고 방안’ 토론회를 열고, “단일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고용 불안정과 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업종별, 사업체 규모별, 연령별 등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들이 논의됐는데, 이쯤되면 최저임금제가 아닌 차등임금제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저임금 취지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경영악화로 최저임금 마저 지급할 여력이 없는 사업장이 있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최저임금 근로자의 최소한의 삶을 먼저 돌아봐주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