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대기업 점포 출점前 상생노력 평가 먼저”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유통대기업 점포 출점前 상생노력 평가 먼저” 지역주민·소상공인 참여하는 ‘사회적 심사제도’ 도입 제안

기사입력2014-05-2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중앙회는 제26회 중소기업 주간 행사 일환으로 지난 16일 ‘대·중소 유통업 상생 생태계 구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대형 유통기업들이 대규모 점포를 출점할 때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주 제26회 중소기업 주간 행사 일환으로 개최한 ‘대·중소 유통업 상생 생태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다.

서강대학교 임채운 교수는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대규모 유통기업에 대한 일률적 규제·사후적 제한·경제적 규제 형태인 현행 규제를 신축적 규제·사전적 제한·사회적 규제로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 교수가 제안한 사회적 심사제도는 지역 차원에서 유통 대기업의 상생 노력과 지역경제 기여도를 심사해 출점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심사에는 지역주민, 공익위원, 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점포 건축 시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지역상인 공용시설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임 교수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292만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사업체 수의 87.9%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종사자 수의 비중은 37.7%로 대기업의 13.2%에 비해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임 교수는 “소상공인은 민생의 근간이며 사회안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형점포, SSM 등에 밀려나고 있는 중소 유통업체와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시, 군, 구 등 지방자치단체 별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설치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임 교수는 그러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규모 유통업체의 상생의지 결여와 중소 유통업체들의 입장 조율 한계”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결국 해법은 “대규모 유통업체 경영진의 인식변화”와 “상생협력에 대한 반대급부로 규제 완화의 인센티브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인센티브로는 동반성장 우수기업에게 면세점이나 홈쇼핑 등 신규사업에서 우대하고, 공정위 조사를 감면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또 유통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으로 ▲소상공인 상권활성화 지구 신설 ▲개별점포·점포주 중심에서 상권 중심으로 전환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 및 공급 등도 주장했다.

소상공인 상권활성화 지구는 대기업과 중소상인, 지자체가 함께 참여해 상권을 개발하고, 상권 구성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통합적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모델이다. 활성화 사업은 개별점포 중심이 아닌 상권 중심으로 시행해 통합적 상권관리를 유도하며, 상권 특성에 맞는 공동디자인을 적용하고 지역내 고용활성화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방안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 중소생산자, 지역소비자의 관계를 제로섬의 경쟁에서 포지티브 섬의 상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며 단기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각각 5가지씩 제안했다.

소상공인 단기 및 중장기 핵심과제

<자료=‘대·중소 유통업 상생 생태계 구축방안 토론회’ 자료집>

5대 단기과제는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제도 개선 ▲유통거래 갑-을 관계 공정화 ▲소상공인 구매경쟁력 증대 위한 신용보증 지원체제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사업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카드수수료율 결정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정책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갑을관계 공정화의 경우에는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판매 수수료를 자율인하 하도록 점검하고 있지만 중소납품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를 다수 경험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소상공인 신용보증의 경우 현재도 지속적으로 확대 지원되고 있지만,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정책대상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아 지원효과가 감소하고, 지원절차가 복잡해 소상공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면도 있다. 따라서 자금난 해소를 위해 신용보증 지원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5대 장기과제로는 ▲소상공인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다리 조성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및 공동사업 확대 ▲소상공인 해외 창업지원 ▲온라인거래 환경 활성화 지원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확대가 제시됐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소상공인들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며 ▲소상공인 삶의 질 향상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확대 ▲소상공인 전업 및 전직 지원 ▲은퇴 후 제2인생 준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