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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기자 못 믿는 취재원들, 취재윤리를 곱씹다
발언 왜곡하는 언론에 당하자 ‘사전검열’ 요구하기도
- 기사입력2016-03-23 10:29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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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기사 나가기 전에 보여주시면 안 돼요?”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가끔 받는 질문이다. 기분 좋게 한참 얘기를 나눴다가도 그 얘길 들고 나면 언짢아진다. 만약 돈을 받고 광고성 인터뷰를 해주러 간 거라면 기사를 보여주는 게 맞다. 그러나 기자가 자발적으로 취재에 나선 경우라면 출고 전 기사를 검토하겠다는 건 월권이다.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취재원의 발언이 의도와는 다르게 보도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대응 경험이 없는 취재원은 기자의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한다. 그러다 몇 번 뒤통수를 맞고 나면 경계심을 발동한다. 기자가 웃으면서 던진 질문이 그저 농담일 뿐인지, 알고 보면 칼을 품은 질문인지를 저울질한다.얼마 전에도 한 중소기업 CEO 인터뷰를 갔다가 기사를 보여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어떤 이가 ‘인터뷰를 당한다는 것’에 대해 상세히 적어놓은 글을 봤다. “취재원 입장에서 기자를 말해본다면 이용당하는 느낌이에요. 보통 기자나 데스크는 스토리를 짜놓고 취재를 하니까요. 따옴표로 전달해서 객관적일 것 같은 인터뷰가 특히 그래요. 원하는 표현만 떼 오는 거죠. 취재당한 입장에서는 ‘이건 아닌데’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반박하기 어려운 얘기다.모두가 만족하는 기사를 쓸 수는 없다. 특정한 인물이 중심이 되는 기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자가 취재원 눈치를 보며 좋은 얘기만 써주면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이 된다. 홍보자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나쁜 건 마찬가지다. 발언의 맥락은 무시하고 필요한 말만 교묘하게 편집해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기사를 쓴다 치자. 독자들은 비판적인 기사라며 칭찬해줄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 늘 그렇듯 정답은 없다.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끊임없이 해야 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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