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게 ‘월 500만원, 30평 아파트’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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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50대에게 ‘월 500만원, 30평 아파트’ 꿈인가 자영업 부도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 붕괴 의미

기사입력2014-02-11 10:1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베이비붐 세대 자영업자의 부도율이 심상치 않다. 특히 지난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 가운데 2명중 1명이 50대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중산층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들 50대의 경우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중추 세대임을 고려한다면, 개인사업 파산은 저소득층으로의 몰락을 의미하며 또한 이들의 연령을 감안하면 향후 30년간 불우한 노후생활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최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당좌거래가 정지된 자영업자는 296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만 50∼59세(1954∼1963년생)의 자영업자는 141명으로 47.6%를 차지했다. 50대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졌다. 2011년 44.0%에서 2012년 47.0%로 증가했다. 이는 나이 때문에 은퇴를 하게 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이 급속히 늘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또는 부양해야 할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08년 기준으로 조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별 자영업자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도소매업(37.1%, OECD 평균 18.8%)과 음식숙박업(32%, OECD 평균 16.7%)에서 높게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부가가치가 낮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완전경쟁시장인 레드오션에 몰려 있는 셈이다. 뚜렷한 창업아이템도 없고 충분한 준비없이 은퇴를 맞은 상황에서 너도나도 퇴직금에 대출을 얹어 치킨집, 음식점 등 과당 경쟁업종에 진출하다 보니 당연히 제살 깎는 경쟁이 불가피했을 것이고 소득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실패는 결국 부채문제로 이어져 중산층이 대거 저소득층으로 내몰릴 우려를 낳고 있다. 퇴직금 등 그동안 모아뒀던 자금을 모두 쏟아부어 창업비용으로 쓰기 때문에 자칫 부도가 날 경우 재기가 쉽지 않아 부채를 감당키 어렵게 된다. 이들의 창업 실패는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 사회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구제방안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다양한 사회안전망을 우선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마지못해 자영업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취업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영업종 다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2년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겁게 달궜던 ‘중산층 별곡’이 기억난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없는 아파트 30평이상 소유, 월급여 500만원이상 등인데, 이처럼 경제적 측면만 부각된 중산층 기준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우리 중산층 기준이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부분에 왜 중점을 두지 못했느냐는 문제를 떠나, 50대 자영업자의 부도증가는 저소득층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는 소박한 꿈마저 잃게 만드는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가 ‘중산층 70%’ 공약마저 지키지 못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