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적폐 여기 두고… 답답하다 답답해
관료사회 부패 비판한 우화소설 ‘서옥설’
- 기사입력2014-09-18 15:2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간사한 늙은 쥐가 족속을 거느리고 나라 창고 벽을 뚫고 들어가 쌀을 훔쳐 먹다가 발각돼 재판을 받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교활한 쥐는 재판에서 무려 80여 종의 동식물에 자기의 죄과를 덮어씌운다. 나라의 재산을 탕진하고 남에게 누명을 씌운 것인데, 재판관인 창고신은 이를 바르게 헤아리지 못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문초해 고통 받게 만든다.
<사진제공=예스24>
어떤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진면목을 여과 없이 드러낸 수작으로 보이지 않는가?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조선 중기 관료사회의 정치화 사회 부패상을 꼬집은 ‘서옥설’의 일부분이다.
쥐가 창고의 쌀을 마음대로 훔쳐 먹게 한 책임의 적폐는 상제(上帝)를 비롯한 지배계급에 있는데 하릴없는 좀도둑이나 붙잡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은유가 이 책에는 넘쳐난다. 당시 탐관오리들의 죄책을 밝히는데 소홀했던 왕의 직무유기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조선조 우화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얼마 전까지 ‘작자미상’ 이었다가 백호(白湖) 임제(1549~1587) 선생의 문중이 2012년 가을 백호문학관 개관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백호 선생을 작가로 확인했다.
선생은 이 책에서 위정자들의 무능한 행태를 고발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조선 중기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패상까지 폭로한다. 우화소설 기법을 활용해 적나라한 풍자를 선보인다.
백호 선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조선이 중국의 속국 형태로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죽은 뒤 곡을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집 ‘백호집(白湖集)’, 소설 ‘원생몽유록’ ‘화사’, ‘수성지’ 등을 남겼다.
연변작가협회를 이끄는 김관웅 박사가 역주했다. 미래문화사 간. 172쪽. 1만5000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