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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베스트 드레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국민들 입은 상처 어루만지는 기회 되기를
- 기사입력2014-08-08 10:3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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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성잡지 ‘에스콰이어’가 뽑은 2013년 베스트 드레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옷 잘 입는 세계적 지도자들처럼 ‘신발’을 아주 잘 선택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교황의 상징인 빨간 벨벳 망토(모제타)와 금제 십자가, 그리고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대표적 아이템이었던 ‘빨간 구두’ 대신, 흰색 수단(카속)에 은제 십자가, 그리고 보통의 ‘검은 구두’를 신은 그의 ‘패션 감각’에 후한 점수를 준 셈이다. ‘패션’에 문외한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구절이다. 굳이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더라도, 교황은 자신의 내적인 신념과 지향점을 외양을 통해서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 요한바오로 2세 즉위부터 2013년 베네딕토 16세 사임까지 35년간 이어진 ‘보수교황’의 시대, 가톨릭교회는 퇴조의 기미가 역력했다. 전통적 유럽 국가의 신도들은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고, 교회는 각종 추문에 휘말렸다. 이는 비유럽권에서는 1282년만에, 미주와 남반구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탄생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과반을 넘는 ‘보수파’ 추기경들이 소수파 출신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교황으로 뽑은 것도, 그나마 가톨릭에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개혁교황’은 청빈의 상징 ‘프란치스코’를 이름으로 선택하고, 콘클라베의 순간부터 각종 특혜를 마다하고 ‘보통’의 성직자로 대접받으려 애썼다. 탐욕과 빈부 양극화에는 유례 없이 날선 비판을 쏟아내다가도, ‘민중 속’에서는 순박한 할아버지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심지어 여권마저도 바티칸 시국의 원수가 아닌 고국 아르헨티나 국민으로서의 일반여권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검은 구두’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그의 개혁교황 이미지는 더 그럴듯하게 구축되고 있다. 덕분에 즉위 1년여만에 바티칸에는 건강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이곳에 ‘봄이 돌아왔다’고 기뻐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가톨릭에 모처럼 자신감과 희망이 넘쳐흐르고 있다.
다음주에 드디어 교황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생채기를 여기저기 끌어안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의 방한이 위로와 치유의 단비가 돼 주기를 고대한다. 특권을 마다하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의 행보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이 돼 주기를 희망한다. 이 여름 종교의 벽을 넘어, 우리 안에 내재된 용서와 화합의 단초를 발견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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