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사의표명…“상법개정 거부권”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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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금감원장 사의표명…“상법개정 거부권” 여진 한덕수 권한대행 거부권 행사…주주보호 입법 난항

기사입력2025-04-02 13:52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자본시장 및 금융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여진이 이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회자의 “한덕수 대행한테 거부권 행사하시면 안 된다, 내가 직을 걸고라도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거부권이 행사가 됐다”며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에, “금융위원장에게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사의표명을 한 것이냐는 사회자의 확인에도, 상세한 대화내용을 답하지는 않았지만 “제 입장을 말씀드린 건 맞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사의표명을 만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복현 원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놓은 설명에 대해서도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며 상반되는 의사를 피력했다. 또 거부권 행사가 주주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법령 개정의 좌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덕수 “법률안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거부권

한덕수 권한대행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3월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법률안의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법률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주식회사의 이사에게 ‘주주충실의무’ 등을 부여하는 내용”의 취지가 “이사가 회사의 경영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면서도,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 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이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법안의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자체에는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서 “상장기업의 합병·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형식적으로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내용상으로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대신에 개별사안에 대한 입법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복현 “주주보호원칙 이미 추진 중, 어떻게 거부권까지”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상법개정 거부권 행사에 반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이복현 원장의 주장은 한덕수 권한대행과 달랐다.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안으로 추진하고 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도 원칙 조항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의 주주충실의무 만큼 강하지는 않아 차이가 있다면서도 “주주 보호 원칙을 우리가 지금 이미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다른 모양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거부권까지 행사하냐라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법의 적용범위를 좁히는 것 또한 상법 개정 이후 시행령을 통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을 통해 법 적용의 범위와 대상을 한정하는 방법으로 대형 상장법인에 우선 적용한다는 방식을 취한다면,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태에서 사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복현 원장은 민주당 안에 대해서도 “원칙 규정만으로는 사실 선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작동시키려면 “저희가 말하는 자본시장법 안에 있는 최소한의 이행 규정들이 지금 같이 가야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에 대해서는 “원래도 보수의 가치에 맞는 거지만 시장의 공정한 룰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이상 피해 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개정안이 국회의 재의결을 통과할 경우 시행령 등을 통한 보완을 거쳐 시행될 전망이다. 재의결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의 자본시장법안을 놓고 정부와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개별 사안에 대한 입법에 동의가 이뤄지더라도,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명시를 놓고 이견이 지속될 경우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의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