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 친구 눌러야 내가 사는 경쟁교육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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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내 옆 친구 눌러야 내가 사는 경쟁교육 폐단 ‘교육은 함께’라는 인식변화, 학부모가 먼저 용기를

기사입력2014-05-02 10:55

손채윤 기자 (yunic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허점과 부정 그리고 거짓투성이의 국가시스템을 ‘모르고 아니 설마했던’ 어른으로서 유독 학생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요즘이다. 세월호 침몰이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끄럽다. 세월호 속에서 어른들 말만 믿고 물이 들어오는데도 가만히 있으라 해서 움직이지 않고 구조를 기다린 아이들.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늦은 밤인데도 중고등학교 앞이나 학원가가 몰려있는 도로를 지날 때면 때 아닌 정체현상을 맞닥뜨리기 일쑤다. 밤 10시께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을 학원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도로 끝차선에 즐비한 차량들, 자정 무렵에는 학원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집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학원차량들 때문이다. 선행교육 금지 등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부대책을 믿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을 신뢰하기 어렵거니와, 무엇보다 큰 틀의 변화없이 선행교육만 금지한다고 사교육이 없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생존이 걸려있는 사교육기관으로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수강생 이탈을 막을 게 불보듯 뻔하다. 결국 헛발질에 그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지난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 규모가 28조4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12년말 25조3000억원보다 12.3% 증가했다.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은 같은 기간 6.0%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처분소득이 정체돼 있는 가운데 교육비 지출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적자를 감내하며 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에듀푸어가 전국적으로 82만4000가구에 약 3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잘못된 교육정책이 낳은 병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학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먼저 바꿔야한다.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만이 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경쟁교육시스템으로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사교육도 줄일 수 없다.

이젠 학부모들이 용기를 내야 한다. 우리 자식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식을 위해서 말이다. 비뚤어진 경쟁이 아니라 ‘교육은 함께’라는 인식변화를 학부모와 학생들이 먼저 만들어가자. 한치 앞을 못보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더 이상 속지 말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할 수 밖에 없다는 맹목적이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를 바꾸는 힘은 학부모로부터 나온다. 세월호에 갇힌 우리 아이들을 구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