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작 하루 전 취소된 음악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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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공연시작 하루 전 취소된 음악페스티벌 고양문화재단 ‘뷰티풀 민트 라이프’ 행사 일방 취소 논란

기사입력2014-04-29 19:43

박영미 기자 (young0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6일부터 27일 그리고 5월3일부터 4일까지 4일동안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음악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행사 전날인 25일 오후 전격 취소됐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진행사인 민트페이퍼가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취소 통보를 받은 시점은 25일 오후 5시54분이었다. 이미 무대가 설치됐고 무대에 서기로 예정된 36팀의 리허설도 마친 상태였으며, 공연 시작 불과 20시간도 남겨두지 않은 때였다.

고양문화재단이 공연을 취소한 이유는 공공기관으로서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공연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내려진지 약 2시간 만인 25일 오후 7시45분 공연은 결국 취소되고, 티켓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10%의 추가금을 더해 환불해 주기로 결정됐다.

고양문화재단은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이후 공연 주최사인 민트페이퍼와 실내공연, 공연 연기, 취소 등을 꾸준히 논의해왔다며 일방적인 취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협의가 진행중인 22일 일방적으로 공연 강행 의지를 홈페이지에 밝힌 것도, 25일 취소 공문을 보낼 때까지 협의를 하지 않은 것도 민트페이퍼라는 것이 재단의 주장이다.

그러나 민트페이퍼의 주장은 달랐다. 참사 직후부터 고양문화재단과 관련 회의를 진행하려고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재단이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겨우 연락이 돼 20일 고양문화재단과 협의를 했고, 실내 공연은 공연취지를 퇴색하는 것이니 축소해서 진행키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 내용에 따라 공연을 준비중이었는데 재단측이 돌연 25일 오후 공문을 보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는 것이다.

민트페이퍼는 공연 취소가 결정되기도 전에 오히려 고양문화재단이 합의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재단 홈페이지에 취소 글을 게재하고, 충분히 취소 사유도 밝히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보상 대책도 언급하지 않고 계약서대로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고양시는 지난 4월25일부터 2014고양국제꽃박람회를 열고 있다.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는 이 박람회는 모든 이벤트와 외부 홍보를 취소한 채 관람위주의 비즈니스 데이로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는 24일과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꽃박람회가 1년 전부터 내실있게 준비됐고, 대한민국 화훼 수출계약의 30%가 성사되는 행사이며, 이번에 해외의 우수 바이어 12명을 이미 초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행사 자체를 취소하지 않고 축소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내실있는 준비야 어느 공연이나 마찬가지일테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수출계약을 운운하며 행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은 확정된 수입이 보장된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에 비하면 궁색해 보인다. 어찌됐든 공연 취소결정으로 인해 36팀의 공연자들과 관계자, 관람객들은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도 입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문화행사나 축제 등이 취소되거나 혹은 축소·연기된 것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다만 사전에 여러 차례 조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시작 하루도 남겨두지 않고 취소를 결정한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쳐 좀 더 빨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소통문화가 곳곳에서 부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