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서 불법 대출광고해도 “처벌 마땅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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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페북서 불법 대출광고해도 “처벌 마땅찮네” 정부문양·유사기관명 걸어놓고 광고…금감원 위법 여부 조사 중

기사입력2016-09-10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료=페이스북 금융안정지원회 페이지 화면 캡처>

페이스북에 불법 대출광고가 버젓이 걸려 있어도 처벌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현재 페이스북에는 ‘금융안정지원회’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대출광고를 진행 중이다.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 상품에 대한 광고로, 게시글 내 링크를 클릭하면 대출상담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 페이지의 프로필사진에는 정부상징인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 아래는 검은 글씨로 ‘금융안정지원회’라고 적혀있다. 언뜻 보면 금융위원회나 신용회복위원회 등 금융 관련 기관처럼 보이나 실상은 저축은행 대출상품 광고다. 이 페이지의 아이디는 @koreb.or.kr다. or.kr은 비영리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도메인으로, 비영리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 오해할법 하다. 그러나 인터넷 주소창에 koreb.or.kr을 입력하면 없는 페이지라고 뜬다.

금융안정지원회 광고 게시글의 링크를 클릭하면 업체명이나 상품에 대한 설명없이 상담을 신청하는 페이지만 뜬다. <자료=페이스북 금융안정지원회 페이지 화면 캡처>

금융안정지원회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팔로어는 9일 오후 6시30분 현재 5만1000명에 이른다. 대출 광고 게시글에는 94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댓글 글쓴이를 눌러 보면 모두 금융안정지원회 광고 게시물이 뜬다. 허위계정을 활용한 광고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해당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봐도 해당 업체의 상호명이나 전화번호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같은 광고는 대부업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등록된 대부업자나 여신금융기관이 아니면 대부업 광고를 할 수 없다. 대부업 광고를 할 때는 업체명, 대부업 등록번호, 대부이자율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금융당국에선 아직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박중수 팀장은 이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해당 광고가 어떤 위법사항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문양 무단 사용도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문양은 디자인이나 상표등록 대상이 아니라 산업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제3자가 무단사용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도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정부문양이 로고에 있으면 공신력있는 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김윤영 주무관은 “정부문양을 무관한 업체가 사용하는 것이 안 되는 것은 맞는데,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행정자치부 쪽과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이 페이지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제작한 카드뉴스를 직접 만든 것처럼 게시하기도 했다. <자료=페이스북 금융안정지원회 페이지 화면 캡처>

해당 광고를 삭제하기도 어렵다.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려면 이를 적발한 금감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 방심위는 심의를 열어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방심위에서 삭제 결정을 내려도 페이스북에서 억지로 지우기는 어렵다. 방심위 김태연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국내 사이트 대부분은 주소가 ‘http’로 시작하지만 페이스북은 ‘https'다. 보안 프로토콜 설정이 돼 있어, 심의에서 접속 차단 결정이 떨어져도 기술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게시글 광고는 돈만 내면 누구나 진행할 수 있다. 광고비를 높게 책정할수록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된다. 관련 기관이 우왕좌왕하는동안 지금도 금융소비자들은 불법 대출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인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금융안정지원회가 뭐하는 곳인지 알려달라”는 소비자들의 문의글이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