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관광을 더해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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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음식에 관광을 더해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최지아 대표

기사입력2016-08-24 00:00

K-POP과 드라마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국음식 또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코트라가 올해 2월 발간한 ‘2015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들은 방송프로그램이나 음악, 애니메이션 등 여타 문화콘텐츠보다 한국음식에 대해 더 높은 호감을 느끼고 있다. 음식문화는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맛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문화 등 시대성을 반영한 트렌드까지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콘텐츠보다 그 파급력이 크다.

식문화에 관광을 더해보면 어떨까?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최지아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On'go food communications) 최지아 대표.

“음식이 단순히 먹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생활, 문화 등이 전부 포함돼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국문화의 매력을 느끼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관광은 화장품, 식품 등 더 많은 상품의 수출을 증대시키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입니다.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막강한 힘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먹고 논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죠”

맛있는 음식먹고, 생생한 한국문화 체험 ‘음식관광’…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음식관광 프로그램들<사진=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 캡쳐>

막연하게 들리는 음식관광은 말 그대로 음식과 관광을 결합한 것이다. 기존의 관광은 유명관광지를 잠깐씩 둘러보고 대다수의 시간을 이동하는데 보낸다. 반면 음식관광은 특정 장소나 지역을 정해 유명하고 맛있다는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고, 식문화를 체험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이나 전문가들이 음식의 유래와 먹는 방식 등도 함께 설명해준다. 한 곳에서 많은 음식을 먹지 않도록 지역의 식당과 사전에 계약을 맺어 유명하고 맛있는 여러 곳의 음식들을 샘플링 형식으로 먹어볼 수 있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 위(胃)에도,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주로 방한 외국인과 한식에 관심이 있는 한국주재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고 있으나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2인 이상이면 접수가능하다.

“안동에 헛제삿밥이 있는 이유가 있고, 제주도에선 전통적으로 김치를 먹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거죠. 그러면 고객분들 대다수가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이런건 먹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먹어보니 의외로 맛있네? 뭐 그런 생각들도 하는거죠. 그냥 들은건 쉽게 잊어버리지만, 먹어본다든가 직접 체험하면서 들은 건 오래 기억나거든요. 이를 통해서 한국문화를 경험하고 좋은 추억도 만들게 되는거죠”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나이트다이닝 투어(Night Dining Tour)’다. 매일 저녁 진행되는 것으로 인사동 등 일대의 관광명소를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막걸리, 한국식바베큐, 즉석떡볶이 등을 먹는다. 한국 식문화와 더불어 다양한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가이드가 동행해 편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드라마 등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한강에서 시켜먹는 등 직접 서울시민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나이트다이닝 투어(Night Dining Tour)에 참여한 외국인들의 모습<사진=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 캡쳐>

식문화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게 최대표의 말이다.

“외국인이어도 개인이 다 다르거든요. 채식주의자가 있는가하면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있고 또 요즘엔 글루텐프리(Gluten-free)라고 해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입맛, 취향뿐만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먹을 수 있는것과 없는 것이 다 달라 항상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게 조금 힘들때도 있죠”

최대표는 창업초기에 이로 인한 실수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할랄푸드투어’을 진행하던 중 실수로 ‘조개탕’을 메뉴에 넣은 일도 있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은 ‘할랄’, 먹어선 안돼는 것은 ‘하람’으로 정해놓고 있다. 돼지고기나 알콜은 절대 먹어서는 안되는 ‘하람’이지만 이 외에도 개, 고양이, 곤충 등 다양한 재료가 하람으로 정해져있다. 최대표는 돼지고기만 신경쓰다 보니 ‘갑각류’도 하람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깜빡했다고 전했다. 식문화라는게 인종마다 다르니 세심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도 최대한 한식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매운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하면 덜맵게 해주고, 마늘을 싫어하는 분들이 있을땐 조금 줄여주는 정도에요. 외국인 입맛에 맞춘 한식만을 추구하다보면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식문화 파는 것, 완제품 파는것과 확연히 달라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한 외국인들이 붙여놓은 인증사진과 메시지가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최대표는 식문화를 알리는 것은 덕수궁을 보거나 청화백자를 파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기 때문에 유형의 물건이나 제품을 파는 것과는 달리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형화된 틀이 아닌 무형의 자산을 콘텐츠화 해서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식같은 경우도 그래요, 무조건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틀에 맞추려고 하다보면 일단 재미가 없어져요. 재미가 있어야 먹고 싶고 매력도 느끼죠. 옛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트렌디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세계에 꼽히는 미식국가고, 실제 제가 겪어본 외국인들은 한식에 대해 다 좋은 평가를 내렸어요. 세계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말이거든요”

인큐베이팅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형문화의 특성상 시작하자마자 잘되기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에 결과를 요구하기 보다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를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하단 얘기다.

더불어 최대표는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은 직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볼 것을 조언했다. 주변국가를 여행해보고 짧더라도 함께 지내보는 게 최대표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외국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한국제품을 팔때는 시장조사를 많이들 하시잖아요. 그런데 문화콘텐츠에서는 그렇게 하시는분들이 적더라구요. 음식은 특히 그래요. 무조건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권하기만 하는 것은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거죠. 또 어떤 음식이 남자에게 좋으니 먹어보라고 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 입증을 해달라고 해요. 사실 입증이 어렵잖아요. 좋다, 나쁘다가 아닌 체계적으로 음식을 알릴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최대표는 여력이 없는 경우 가까운 이태원만 가도 외국인들이 어떤 것을 구매하고, 어떤 제품에 대한 필요가 있는지 등을 느낄 수 있다며, 그들을 이해하면 내가 선보이고 싶은 콘텐츠를 외국인 맞춤형으로 만드는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의 브랜드네임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얻는다는 한자어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부터 가져왔다. 한국의 식문화를 음식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소개함으로써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적 가교의 역할을 하기위해 2008년 설립했다. 방한 외국인과 한식에 관심이 있는 한국주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요리교실, 음식관광, 방송기획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