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고 부풀리고 관행화된 ‘제지업계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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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쥐어짜고 부풀리고 관행화된 ‘제지업계 담합’ 45개 업체 적발…1039억원 과징금·시정명령·검찰 고발

기사입력2016-06-13 19:0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택배박스, 과자·화장품 상자 등을 만드는 제지업계가 원료 구매단계부터 중간 가공단계, 최종제품 판매단계까지 수년간 전방위적인 담합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지업계 담합에 가담한 45개 제지사를 적발하고, 이들에 대해 1039억45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담합에 가담한 제지업체는 태림포장·아세아제지·삼포판지·한솔 등 45개 업체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50~90%에 이른다.

이번에 적발된 담합내용은 ▲골판지고지구매담합 ▲원단판매담합 ▲골판지상자(지함) 판매담합 ▲인쇄고지·신문고지 구매담합 등 4개 부문이다.

제지분야 담합 개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골판지 분야에서는 원재료인 고지(폐골판지, 폐신문지 등) 구매단계부터 최종 생산물인 골판지상자 판매까지 모든 단계에서 담합행위가 이뤄졌다. 공정단계별로 제조사들이 수직계열화돼 있는 골판지산업분야 특성상 메이저사들이 전 담합과정에 참여한 정황이 공정위 심결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골판지고지 구매담합=아세아제지 등 18개사는 2010년 4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모임 등을 갖고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kg당 10~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사항은 수도권 메이저 업체가 지방계열사에 전달해 실행하는 방식으로 전파됐다.

◇원단 판매담합=태림포장 등 18개사가 2007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6차례의 모임을 갖고 원단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로인해 원단가격이 10~25% 인상된 것이 공정위 조사결과 밝혀졌다.

◇골판지상자 판매담합=태림포장 등 16개 골판지상자 제조사가 골판지상자 대형수요처에 상자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상자가격의 인상률과 인상시기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 결과 골판지 상자 납품가격이 4~26% 인상됐다.

골판지 생산단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신문·인쇄용지 구매담합=백판지·신문용지 등의 원재료인 인쇄폐지 및 신문폐지 구매단계에서 담합이 이뤄졌다. 한솔제지 등 8개 제지사들이 2008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18회의 모임 등을 통해 인쇄폐지와 신문폐지의 구매단가를 kg당 10~50원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실행했다.

공정위는 “TV홈쇼핑·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라 택배물량이 증가하고 이는 골판지 수요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적발로 골판지 상자 원가가 절감되고 관련 소비재 가격 인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