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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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 예술세계 김종학 개인전 ‘On Paper’…8월 17일까지 부산 조현화랑

기사입력2025-08-05 08:48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종학 ‘On Paper’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Johyun Gallery, 2025, ⓒKim Sangtae, Johyun Gallery.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의 조현화랑에서는 오는 8월 17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종학의 개인전 ‘On Paper’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40여 점의 드로잉과 목판화, 수채화 등 김종학 예술의 궤적을 연대기적으로 조명한다.

김종학의 드로잉 세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왔다. 1960년대 초반, 그는 선과 여백을 중심으로 한 추상적 실험에 몰두했다. 목판화와 드로잉을 통해 형식의 실험과 직관적 감각을 결합하며 예술적 출발점을 다졌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미국에 머물며 도시 풍경, 정물, 인물 등 구상적 소재로 관심을 확장했다. 뉴욕의 마천루를 한지 위에 먹으로 표현한 작품 등에서는 동서양의 감각이 교차하는 실험이 두드러진다. 귀국 후에는 연필과 차콜 등 다양한 재료로 정물 드로잉을 이어가며, 사물의 질서와 형태, 균형에 대한 탐구를 심화했다.

1979년 설악산으로 이주한 뒤로는 산과 나무, 숲의 풍경을 꾸준히 그렸다. 1980~90년대에는 수채 드로잉을 통해 자연의 리듬과 구조를 감각적으로 포착했으며, 반복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시선의 변화와 내면의 흐름을 화면에 담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나무와 산, 설경 등 자연의 기운을 빠른 필선과 간결한 구도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설경 드로잉에서는 선과 여백만으로 자연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추상적으로 탐구하며, 반복된 선과 흔적에 작가의 순간적 감각과 지속적인 응시가 담긴다.

2010년대 이후 부산으로 이주한 김종학은 정원과 식물, 실내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시기의 드로잉 작품은 자연을 기억하고 응시하는 태도가 두드러지며, 노년기의 깊이와 원숙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시장 1층에는 김종학의 대작 ‘풍경’과 함께 실제 작업실이 재현돼 있다. 팔레트, 붓, 종이죽과 분무기로 만든 닭, 장갑 위의 드로잉 등 유머와 놀이 본능이 깃든 오브제들이 자유롭게 놓여 있다. 무질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 공간은, 김종학 예술의 혼돈과 즉흥성, 그리고 창작의 원천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