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보다 PER 낮은 코스피, 밸류업 성공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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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신흥국보다 PER 낮은 코스피, 밸류업 성공맞나 상법개정 등 구조개혁으로 신뢰회복 시급하다

기사입력2025-05-10 00:00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을 추진해 온 결과 자본시장은 대내외 위기 영향이 최소화되고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 금융자산에 대한 관심과 보유 규모가 증가하고,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한 내용의 일부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 등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에 나선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나, 현재 코스피 시장의 상황을 보면 성과를 자랑할 만한지 의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코스피 시장 순이익과 5월 2일 현재의 주가 수준을 반영한 코스피 PER(주가수익률)은 12.7로 1년전(20.7)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2024년 순이익 증가(57.7%) 대비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및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시총 감소(3.5%↓)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5월 2일 기준 2022조원으로, 1년전(2096조원)보다 70조원이 넘게 줄어들었다.

2024년말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자산과 5월 2일 현재 주가수준을 비교한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0.9로 1년전보다 0.1이 하락했다.

주가의 흐름 자체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등 외풍의 영향이 클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 변수가 국내 증시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국내 대표 200개 기업의 시총으로 산출하는 코스피200의 PER은 11.0으로 선진국(21.3)뿐만 아니라 신흥국(15.2) 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 역시 0.8로 선진국(3.4)은 물론이고 신흥국(1.8)에도 크게 못미쳤다.

물론 이같은 지표만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발표에서 거론했듯이, 몇몇 지표들은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년 들어 현금 배당은 2023년에 비해 10.7%나 증가했고, 2024년 2분기부터 2025년 1분기 까지의 자기주식 매입은 1년전보다 141.7% 늘었다. 같은 기간 자기주식 소각도 126.7% 증가했다. 모두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을만한 지표 개선이다.

코스피 기업 시총 기준 50%에 해당하는 150개사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제고 및 성장성 확대 계획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실제로 밸류업 공시기업은 시장 평균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기업이 전체 상장사 숫자에 비하면 5.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하는 등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시행하고 있지만, 쪼개기 상장이 근절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장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수적이다.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으로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기업에 대해 관련 당국이 엄정한 심사 등 조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추가 입법도 필요하다. 국회를 통과한 상법은 거부권에 막혔지만,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곳곳의 빈틈을 틀어막기 위한 입법이 중단돼서는 안된다. 미국의 관세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구조개혁을 시급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