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회계 논란, 지배구조·계약자 보호와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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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삼성생명 회계 논란, 지배구조·계약자 보호와 직결” ‘지분법’ ‘일탈회계’가 핵심 쟁점…국제기준과 맞지 않고 공정성 훼손

기사입력2025-08-22 09:3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생명의 회계 논란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계약자 보호라는 두 가지 큰 문제와 직결돼 있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근·박홍배·이강일·이정문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이 공동 주최한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쟁점:지분법과 일탈 회계처리’라는 주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회계처리 방식이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다. 삼성생명이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이 된 배경은 ‘유배당보험상품’으로 취득한 자금에서 비롯한다. 삼성생명은 1990년 초반까지 고객에게 ‘유배당보험상품’을 판매해, 그 자금으로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지분 8.51%(취득원가 5444억원)를 취득하는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지배구조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유배당보험상품 판매 이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매년 커지고 있으며, 그 금액은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2025년 8월 현재 36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 지분법 회계로 전환해야”

손 교수는 삼성생명 회계방식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분법 회피와 일탈 회계처리는 유배당보험상품 계약자와 맺은 계약의 핵심인 ‘초과 이익 분배’를 최대한 이연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삼성화재 지분과 관련된 ‘지분법 적용’ 문제를 짚었다. 삼성생명은 2024년 말 기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갖고 있었는데, 2025년 4월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지분율이 15.43%로 올라갔다. 이로써 삼성화재는 보험업법상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회계상 지분법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에 대해 ‘유의적인 영향력(Significant Influence)’을 행사할 때 적용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단순히 지분율이 몇 퍼센트냐보다 ‘실질적 영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분율이 20%에 못 미치더라도 경영진 인사 교류, 주요 거래, 정책 결정 참여 등이 있다면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이의 인사 이동, 공동투자, 그룹 차원의 금융 플랫폼 공동 운영 등을 근거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여전히 삼성화재 주식을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해, 단순 시세변동으로만 회계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손 교수는 “이는 실질적 영향력을 반영하지 못한 회계처리”라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분법 회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지분법을 적용하게 되면, 삼성화재의 순이익 중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율(15.43%)에 해당하는 만큼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에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고, 이는 주주 및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지분법을 적용하게 되면, 삼성화재의 이익 증가분이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으로 인식된다. 이 순이익의 일부는 유배당 계약자의 몫으로 계산돼 보험부채로 계상되는데, 이는 결국 보험금이나 배당의 형태로 계약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계약자지분조정’ 회계방식 “왜 아직도 일탈회계인가”

두 번째 쟁점은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독특한 회계처리 방식이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초반 유배당보험상품을 판매해 모은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취득했다. 계약구조상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의 일부는 보험 계약자의 몫이 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회계장부에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를 설정해왔다.

문제는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2023년부터 시행되면서, 모든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미래 의무를 현재가치로 평가해 ‘보험부채’로 인식하도록 바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감독당국의 특별 승인을 받아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이른바 ‘일탈회계’라는 것이다.

미래에 마지막 유배당보험상품 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삼성생명은 막대한 삼성전자 등의 시세차익을 배분할 의무가 없어지므로 현재 계약자지분조정은 부채에서 환입돼 삼성생명의 자본으로 전환된다. 이 때 일탈문제는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손 교수는 “일탈회계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돼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수십 년간 계약자에게 배분되지 않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부채로만 표시하고 있다”며, “이는 회계 공정성을 훼손하고, 계약자 권리를 사실상 미루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회계 쟁점 “계약자 권익보호와 시장 신뢰회복 시험대”

손 교수는 이 두 가지 회계 쟁점이 결국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계약자 보호라는 두 축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 가치는 2025년 8월 현재 약 36조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핵심 연결고리다. 동시에 이 지분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이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