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 건설사 행정제재 해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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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입찰담합 건설사 행정제재 해제 유감 서민경제활성화와 무관…고유권한이니 대통령 평가로 남을 것

기사입력2015-08-13 18: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8·15 특별사면에 예상대로 최태원 SK 회장이 포함됐다. 이번에 사면받은 기업인은 최태원 회장과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등 14명이다. 법무부는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 죄질 및 피해회복 여부,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제발전 및 통합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사면과 함께 기업에 내려진 행정제재가 해제됐다는 점이다. 모든 업계도 아니고 유독 두 가지 업계만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건설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관련기업들이다. 이번 사면대상에는 공공부문에 발주한 입찰에서 담합을 한 건설업체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08개사에 내려진 영업정지나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가 이번에 해제된다. 영업정지와 업무정지 처분, 부정당업자 처분, 입찰참가 제한 조치, 과징금·과태료·벌금·시정명령·경고처분과 그에 따른 입찰참가 제한조치가 해제 대상이다.

이 중 입찰담합으로 인한 부정당업자 처분이 해제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법무부는 담합행위가 인정돼 8월13일까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업체는 물론이고 8월14일 이후 일정기간 동안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한 업체도 추후 사면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사와 소프트웨어 업체에게만 입찰자격 제한을 해제해주는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각각 “서민경제 활성화”와 “청년고용 촉진”을 들었다. 서민경제와 연관있거나, 청년을 많이 고용하는 다른 업종의 업체들이 들으면 억울할 만한 소리다.

의혹도 있다. 이번에 사면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 상당수가 4대강 등 국가 차원의 대규모 공사에 참여한 대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만 적발된 사안과, 대기업이 대거 적발된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잣대가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입찰담합이 언제든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시장에 전달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관련법을 강화해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지만, 입찰자격 제한이 언제든 해제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이상 처벌 자체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법 집행자들에게 사면을 요구하는 훨씬 손쉬운 해결책이 나온 이상, 입찰참가 기업들이 담합행위에 부담을 느낄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면법은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고 정해,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특정 업종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도 대통령의 권리다. 따라서 사면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담합 건설사에 대한 입찰자격 제한을 해제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평가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