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5대 시중은행 ‘조상제한서’ 옛말로 남을듯
한일 이어 서울도 ‘존속법인’ 빠질듯
- 기사입력2014-11-05 10:45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조상제한서는 조흥(설립 1897년), 상업(1899년), 제일(1929년), 한일(1932년), 서울(1959년) 등 지난 세기 우리나라 은행산업을 이끌어 온 5대 시중은행을 창립순으로 일컫는 말이다.
조상제한서의 현신인 4개 은행 ©중기이코노미
공교롭게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들 은행 중 원래의 명칭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다. 합병과 인수 등을 이유로 은행의 명칭이 역사 뒤로 사라진지 오래다. 건제순 1번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에 합병되며 신한은행의 일부가 됐고, 2번 상업은행과 4번 한일은행은 1999년 합병돼 한빛은행이 됐다가 2002년 우리은행으로 개명됐다. 3번 제일은행은 2005년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돼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으로 바뀌었다가 2011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경됐으며, 5번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합병돼 하나은행의 일부가 됐다.
명칭은 유지하지 못했지만 이들 시중은행 대부분이 법인으로서의 생명은 유지하고 있다. 합병 주체의 입장에서 피합병 은행의 역사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조흥, 제일, 서울 등 피합병·피인수 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겨두고 합병 주체가 오히려 ‘소멸법인’이 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은행의 경우는 상업은행에게 존속법인의 지위를 넘기고 소멸법인이 됐다.
이에 따라 1981년 세워진 신한은행(영업개시는 1982년)은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하면서 존속법인 조흥은행의 법인격을 물려받았다. 덕분에 이 은행의 역사는 무려 84년이나 길어졌다.
하나은행에 합병된 서울은행도 조흥은행의 경우처럼 존속법인으로 유지돼 왔으나, 이마저도 그만두게 생겼다. 최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 은행의 명칭은 추후에 결정된다. 참고로 외환은행은 1967년 설립돼 서울은행보다 8년 늦다. 이제 조상제한서 중 막내인 한일·서울은행은 역사 속에서만 남게 된 셈이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