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때는 달콤한 토지리턴제, 되살 때는 지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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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팔 때는 달콤한 토지리턴제, 되살 때는 지옥의 맛 ‘대출-부채’ 아닌 ‘매각-수입’…재정건전성 왜곡 우려

기사입력2014-10-14 11:4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자체가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토지리턴제는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와 재정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토지리턴제는 토지를 거래한 일정기간 후 매입자에게 리턴, 즉 거래를 무르고 대금을 되받을 수 있는 옵션(권한)을 주는 거래방식이다. 되팔 때 계약보증금은 원금을, 계약보증금 외에 납부한 금액은 이자까지 붙여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매금액 100억원을 기준으로 이보다 적으면 2년, 이보다 크면 2년 6개월이 리턴 옵션 행사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중인 토지의 경우 사용 가능시기 내에서 연장이 가능하다.

지자체는 물론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 개발사업에서 매수자의 입맛을 당겨 토지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사용된다. 매입자는 경기 회복에 따른 투자이익을 노리면서도, 경기침체 때는 투자원금에 일정 이자까지 보장받아 리스크와 기회비용에서 가벼워질 수 있다.

이 제도에 따라 토지를 팔 경우 판매자인 지자체 등의 회계에는 대출이 아닌 매각으로 잡혀 지방의회 등의 감시에서 자유로워진다. 장부상으로도 부채가 아닌 수입으로 처리돼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극적으로 왜곡시킬 수도 있다.

이를 적용하는 지차체 등에서는 “리턴권한을 행사해도 지방채 발행이나 부동산담보대출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편법대출을 자산매각으로 둔갑시킨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인천에서 구매자의 리턴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토지리턴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매체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가 각각 1750억여원과 2300억여원에 리턴제로 판매한 토지에 대해 리턴권이 행사되거나 행사될 예정이다. 공사는 원금과 2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물어줬거나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송도지구의 3개 필지는 내년 9월에 리턴시기가 도래하는데 이 경우 인천시는 이자만 400억원, 원금까지 합하면 9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돌려줘야 한다. 아시안게임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인천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이 지역 시민단체는 리턴제로 판매한 토지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시민단체는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내년 예산에 리턴대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인천시가 제2의 재정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KBS는 최근 용인도시공사도 최근 토지리턴제로 인해 180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가 간산히 부도 위기를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며, 지자체별로 이 제도를 이용해 팔아치운 땅값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규모라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