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과 함께 경제구조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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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민생회복과 함께 경제구조의 전환이 시급하다 ‘위기의 민생’…새 정부가 풀어야 할 민생경제 과제는

기사입력2025-06-30 12:3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6월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이재명 정부 5년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사무실이 차려진 창성동 별관 앞에는 매일같이 정책 제안과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각기 다른 의제를 국정과제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지난 24일에는 중소상인·자영업자·시민사회 단체들이 ‘일하는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며, 민생과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반민생 기조가 남긴 상처는 깊다. 고물가, 고금리, 양극화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공공’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사회안전망은 군데군데 허물어졌다. 새 정부가 맞닥뜨린 가장 무거운 과제는 무너진 민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그저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구조를 제대로 바꾸는 전환이 절실하다.

◇플랫폼 공룡을 넘어 공정한 시장을=우선,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경제구조 속에서 심화된 불공정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배달, 유통, 숙박, 콘텐츠 등 일상 속 필수 인프라가 된 플랫폼 시장에서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비용과 리스크를 떠넘기고 있다. 자사 우대, 수수료 전가, 알고리즘 불투명성 등의 문제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지 오래다.

특히 배달앱 시장은 독점 구조와 과도한 수수료로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양분한 시장에서 ‘무료 배달’ 같은 기만적 마케팅 뒤에 숨어 있는 실제 비용은 고스란히 점주들이 떠안는다. 광고비를 빼고도 주문금액의 30~50%에 달하는 수수료와 배달비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이중 가격제 등으로 전가된다. 노출과 광고, 영업 방식에서도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우위를 점하니, 자영업자나 소비자 모두 대책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권리 보장을=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출산·질병 등의 위기가 찾아오면 기댈 곳 하나 없이 불안하다. 특히 여성 1인 자영업자는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경우도 많다. 사회보장제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온전히 품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OECD 국가가 이미 시행 중인 상병수당과 법정 유급병가를 이제는 우리도 서둘러 도입해, 누구나 아프면 쉬고 회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무너지는 ‘지역경제’ 이대로는 안돼=한편 지역경제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지역화폐 축소, 대형마트와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 전통시장 보호정책 후퇴가 골목상권과 지역 내 소비 순환을 위협하고 있다. 상가 임차인은 계약갱신이나 권리금조차 지키기 어려운 불안 속에서 장사를 이어간다. 시민들은 사회안전망 바깥에서 각자도생으로 버텨야 하고, 지역은 공동체 경제의 뿌리를 잃고 있다. 이중의 붕괴가 민생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넘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소비자,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개혁과 실질적인 정책 집행이 시급하다. 새 정부는 이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제 ‘을’도 당당히 협상할 수 있어야=대기업과 가맹대리점 본사, 플랫폼 등의 횡포에 시달리는 중소상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협상 테이블에조차 못 앉는 현실도 심각하다. 가맹사업법은 단체 구성과 협의를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속력이 없고, 본사의 일방적 계약 변경을 제어할 실효적 장치는 부족하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납품단가를 후려치기 당하고 기술자료를 탈취당하며, RE100 같은 환경 대응 부담마저 떠안는다. 이런 구조적 불공정이 산업 생태계 양극화를 부추기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불공정 구조를 넘어, ‘공정 경제’와 ‘권리 보장’으로

이제 새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과 구조 전환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선 안 된다. 우선, 디지털 경제민주화를 위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시장의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경쟁 질서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공정화법을 제정해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며, 경쟁을 촉진해 다양한 플랫폼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공정한 플랫폼을 육성·지원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도 중요하다.

배달앱 시장에는 총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허위 무료배달 광고를 금지하며, 수수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해 점주와 소비자가 제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점주들의 단체 결성과 협의권도 보장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안심벨 설치, 육아휴직·상병수당 확대, 사회보험 체계를 갖춰 최소한의 권리와 사회보장을 실현해야 한다.

가맹본사의 과도한 유통마진 구조를 바로잡고 필수물품 기준을 명확히 해 종속된 자영업자의 계약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1회용품 보증금제도도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가맹점, 대리점, 입점업체, 중소기업 등 이른바 ‘을’들의 단체 구성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고 공동행위 규제를 완화해 실질적인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도 중요하다.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계약갱신 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권리금 보호를 확대하며, 재건축시 퇴거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더해 임차인 단체구성과 단체협약을 제도화해 협상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지역 내 자금 순환체계를 마련하며, 대형마트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함께 살릴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를 강화하고 기술탈취를 막으며, 하도급법 적용 업종을 넓히고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사건 처리절차를 개선하고, 피해자·신고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 감시국을 신설해 실질적 공정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생의 회복과 함께 경제구조의 전환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넘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소비자,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개혁과 실질적 정책 집행이 시급하다. 새 정부는 이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