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술 미국과 5년 격차…지원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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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탄소중립 기술 미국과 5년 격차…지원책 시급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 “높다”…전환금융 등 필요성 제기

기사입력2025-05-1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핵심기술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5년 가량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를 높게 인식하는 만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는 과기부의 기술수준평가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CCUS) 기술이 미국에 비해 5년 가량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풍력발전기술은 5년, 소형모듈원자로(SMR)는 4년의 차이가 난다고 평가했다. 수전해 수소생산기술(3년)과 스마트 에너지그리드 기술(2.5년)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부분의 기술은 미국이 가장 우세하고, EU와 미국의 간격은 0~3년 차이였다. 한국은 일부 기술에서 중국에도 뒤쳐졌다.

대한상의는 “탄소중립 핵심기술 격차로 해외 의존도가 증가할 경우 산업 전환 비용이 커지고, 고부가 녹색산업의 성장과 국제 규범의 주도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기술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선점하는데 시급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탄소중립 대응이 기업 경쟁력에 필수적이란 인식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국내 탄소배출량 상위 1000대 기업 중 400곳을 대상으로 올해 2~4월 사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의 69.6%가 탄소중립 대응이 “자사의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기후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2023년(68.8%)과 2024년(60.3%)보다 긍정적이란 응답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탄소중립 투자리스크 “높다” 85%…수익성 악화 우려

기업 상당수는 이미 탄소중립 리스크를 체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탄소중립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기업의 43%는 공급망 내 고객사로부터 이미 탄소배출량 산정과 감축 요구를 받았다. 요구사항(복수응답)으로는 ‘탄소배출량 정보 제출’이 84%로 가장 많았고, ‘탄소감축 이행’(58%), ‘재생에너지 사용’(3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필요성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문제다. 투자 리스크가 “높다”는 기업이 69.3%, “매우 높다”는 기업이 15.2%로, 전체의 85%가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탄소중립에 선도적으로 투자한 기업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실제 기업현장에서는 불확실성으로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과 지원을 통해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총 5가지를 내놓았다. 먼저 ▲탄소중립 산업전환지원법을 제정해, 탄소 감축효과가 큰 산업을 대상으로 투자비를 직접 지원하고, 탄소중립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R&D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탈탄소 전환금융 도입도 필요하다고 봤다. 주요국은 탈탄소 전환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실행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단계라며,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전환금융 도입과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저탄소 제품·서비스 시장 조성을 위해 저탄소 제품에 대한 공공조달 확대, 민간 인증제 도입, 탄소등급 표시제 등을 통해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확보 및 소비 유인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정적인 무탄소 에너지 공급기반 구축을 위해 재생에너지·원전·수소 기반 무탄소 에너지(CFE) 인프라를 조기에 확대하고, ▲자발적 탄소시장(VCM)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과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탄소중립 투자에 대한 지원은 기후정책 불확실성 시대에도 지속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이던 2017~2021년 사이에는 파리협정 탈퇴 등 기후정책이 후퇴했지만, 미국의 기후테크 산업은 오히려 성장했다. 보고서는 해외연구 등을 인용해, 미국 기후테크 투자가 2016년 60억 달러에서 2020년 16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탄소제거 관련 기업 수도 5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글로벌 기후정책 후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탄소중립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시장형성 등을 적극 지원해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