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결혼·출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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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청년들이 결혼·출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하고 믿음있는 사회가 돼야 ‘저출생 문제’ 해결할 수 있어

기사입력2024-03-04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통계청이 지난 2월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출산율은 0.72명으로 8년 연속 하락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대로라면 2030년 인구가 5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저출생은 다른 나라의 걱정을 불러올 만큼 심각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한국 통계청 발표에 주목하며, 2700억 달러의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국의 인구학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육아 정책은 모두 결혼한 가족을 전제로 맞춰져 있지만, 혼인 건수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 출산·육아 정책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안정된 삶을 살수 있도록 ‘결혼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의 고립·은둔, 진단과 대책’ 보고서를 보면, 고립·은둔하는 19~39세 청년이 급증하면서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병리 현상으로 확대·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명으로 추정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외부와 단절하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고립·은둔의 원인은 각기 다른 개인의 여건과 경험만큼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취업 실패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달라진 양육형태로 인해 약해진 정서 조절능력, 핵가족화와 인터넷 발달로 인한 은둔 여건 형성 등을 고립·은둔 청년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공동체가 대부분 와해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이로인한 사회적 갈등으로 청년들은 삶의 고통을 호소한다. 집안 일과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장시간 노동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불합리를 견뎌야 하는 가장,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한칸 마련이 어려운 현실을 뻔히 알면서 결혼과 출산에 기꺼이 나설 수 있겠는가.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데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현금성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유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저출생 관련 대책을 최우선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정작 결혼을 해야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는데는 부족하다. 청년들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는 사회, 아이를 낳아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