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연령 도달 ‘임금피크제’ 고령 노동자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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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일정 연령 도달 ‘임금피크제’ 고령 노동자 차별 무효 판결…인건비 줄이려 대상조치 없는 임금피크제 정당성 불인정

기사입력2022-07-11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아무런 대상조치 없이 일정 나이부터 정년 전까지 임금을 일정기간 삭감하는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다292343, 선고 2022.05.26.)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지난 5월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회사의 임금피크제 무효에 따른 임금차액청구소송에서 임금피크제의 무효를 주장하는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경위=사건의 피고인 회사는 2013년 1월1일부터 원고를 비롯한 소속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 운영요령’이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피고 회사는 정년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 55세 이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이 감액되도록 성과연급제를 설계했다.

원고 노동자의 경우 만 55세가 되는 다음해부터 성과연급제 시행으로 월 급여가 최소 93만원, 최대 238만원이 감소하게 됐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 성과연급제 시행에 따라 55세 이상 노동자의 업무량이 감소하는 등 업무내용이 좀더 쉬운 업무로 변경되는지에 관해 확인할 자료는 없었다. 피고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51세에서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의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졌다.

원고 노동자는 피고 회사의 이와 같은 조치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제4 제1항 2호 위반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과 재판부의 판단=해당 사건의 쟁점은 연령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한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2호 규정이 강행규정인지 여부와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위 규정에 위반돼 무효인지 여부다.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는 제1항 2호에서 임금, 임금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사업주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 법에 위반해 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으며, 인권위의 권고조치 위반 사업주에 대해 노동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지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고령자고용법의 관련 차별 금지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아무런 대상조치 없이 일정 나이부터 정년 전까지 임금을 일정기간 삭감하는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재판부는 두번째 쟁점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성과연급제)가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성과연급제에 의해 “목표수준이나 업무내용에 대한 조정없이 만 55세 이상이 되면 연령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을 들어, 피고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에 있어 원고 노동자들을 차별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성과연급제로 인하여 원고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그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회사는 명예퇴직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손실 감소를 보호하기 위한 대상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서 근로를 계속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판결의 의의와 과제=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해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시행의 정당성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기업이 무조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아무런 대상조치 없이 일정 연령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향후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급하게 임금피크제를 손보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임금피크제 소송이 경영리스크가 될 것이다.

2013년 국회를 통과해 2016년 시행된 정년 60세 연장은 국민연금 재정위기로 연금 수급시점이 늦춰지고 소득대체율이 재직 중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고령화에 따른 기업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복지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정년 연장으로 늘어난 기간 발생하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노동자들의 임금감액으로 대신했다.

문제는 기업의 부담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임금피크제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감액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임금과 근로복지가 풍족한 공기업과 민간대기업 노동자와 달리 임금체계가 없거나 상승폭도 부실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별도의 대상조치 없이 그냥 기존 임금이 감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연금재정 고갈이라는 현실에 대응해, 사회적 필요에 법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그 부담은 온전히 힘이 약한 노동자에게 떠넘긴 모양새다.

왜곡된 임금피크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이 정한 정년을 보장하면서 아무런 대상조치 없이 임금을 감액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시급하게 고쳐져야 한다. 고용노동부로부터 2021년 노사문화대상을 받은 제약회사 에스티팜의 경우, 2016년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임금 감소분을 사내 근로자 복지제도 확대에 사용했다. 노사상생의 임금피크제 시행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