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없는 현 정부와 대선후보 ‘미세먼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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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고민없는 현 정부와 대선후보 ‘미세먼지’ 공약 국민 건강·안전·삶의 질과 직결된 대선 공약 쏟아져 나오길

기사입력2017-03-28 16:13

요 며칠 눈이 뻑뻑하고 목이 칼칼해 병원을 찾았다. 단순한 환절기 질환인가 했더니, 미세먼지 때문이라는게 의사의 진단이다. 생각해보니 근래 맑은 하늘을 본 기억이 드물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줄곧 ‘나쁨’을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27일 오전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당 72㎍(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기준(9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들어 지난 26일까지 85일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를 넘어선 날만 52일에 이른다. WHO권고에 따르면 하루 24시간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25㎍를 넘어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귓속이나 콧속의 털, 기관지의 섬모 등으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흡수돼 폐렴, 기관지염, 알츠하이머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그 심각성 때문에 대선 예비후보들도 앞다퉈 미세먼지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은 예비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미세먼지 환경부 기준 강화 ▲보육·교육기관 임직원에 대한 미세먼지 대처 교육프로그램 도입 ▲노후차량 배기가스 저감정책 강화 ▲미세먼지 관련 중국과의 환경협력 강화 등 ‘미세먼지 9개 핵심공약’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신규건설을 중단하고, 설계 수명이 만료되면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할 것을 공약했다. 또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새로 수립해 운행 중인 발전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최신발전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전국 모든 주민센터에 미세먼지 관측기를 설치하고, WHO권고 수준으로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미세먼지 등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인력과 연구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이 공약으로 제시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6월 부랴부랴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이후 딱히 체감할 수준의 조처를 하지 못했다. 차량 2부제, 공사장 조업단축 등을 시행하고 있다지만 1년에 한번 발령될까 말까한 엄격한 조건을 달고 있다. 또 미세먼지의 주된 발생원인 가운데 하나인 화력발전소와 관련한 대책은 빠져있다. 모든 것을 손놓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건강과 안전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선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같이 국민안전과 직결된 논의가 활발해지고, 향후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