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장기근속 못하면 임금격차 못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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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비정규직 장기근속 못하면 임금격차 못 줄인다 비정규직 근속 2.4년 불과…“상시 업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기사입력2017-03-02 10:5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소득 양극화의 주범 중 하나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가 지난 10여년간 거론돼 왔지만 이를 좁히지 못했다. 비정규직의 근속기간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우리나라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짧은 근속기간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동한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해 근속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비정규직의 임금을 지금보다는 높이고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 임금 연공성 높지만, 비정규직 근속기간은 2.4년 불과

<자료=한국노동연구원/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가별 제조업 근로자 임금의 연공성을 비교한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KLI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국가별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인 시점의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독일의 경우 1~5년 근속시 128이고, 5~10년 157, 10~15년 166, 15~20년 170, 20~30년 191이다. 독일에서 30년을 근속하면 초임의 2배 정도에 달하는 임금을 받는다. 다른 유럽 국가는 임금 연공성이 독일보다 낮아 30년 근속시 영국 156, 이태리 152, 프랑스 146, 스웨덴 110 순이다. 일본(241)은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한국보다는 현저히 낮다. 한국의 경우 10~15년 시점에 초임의 두배(211)가 넘고 30년을 근속하면 313으로, 세배가 넘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임금 연공성이 이처럼 높음에도 불구하고 근속기간이 짧다. 같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평균 근속기간은 정규직이 8.6년, 비정규직이 2.4년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비정규직의 43.5% 즉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의 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이다. 또 비정규직 10명 중 7명(69.8%)의 근속기간은 2년이 되지 않는다.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비정규직의 장기근속을 보장하지 못하면,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시간제근로가 증가하는 것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벌리는 원인중 하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3.5% 수준이고, 정규직 대비 시간제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65.4%다. 그러나 시간제근로의 특성상 근로시간은 전일제근로자 보다 적기 때문에 시간제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낮을 수밖에 없다. 시간제근로가 증가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노동연구원의 정흥준 박사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 해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시간제근로의 증가’를 지목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과 비교해 퇴직금이나 상여금, 시간외수당 등의 수혜율이 낮은데, 주당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근로자들의 수혜율은 특히 낮다”며 “시간제근로자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낮추고 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절반(48.7%)이 종사자 9인 이하 사업체에 몰려 있다. 30인 미만 사업체로 넓혀보면 72.1%다. 반면 정규직은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종사하는 비율이 51.7%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임금격차 해소…동일노동·동일임금, 상시업무 정규직 채용

한국노동연구원의 정흥준 박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선 정규직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정흥준 박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용원칙과 임금원칙을 우선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정 박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똑같이 임금을 못줘도 최소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80~90%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비정규직에 대한 인센티브 예를들어 인건비 절감효과 등이 사라지면, 비정규직 규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법원에서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많이 내리고 있다. 법원에서도 제조업에서의 사내하도급 문제를 알고 있다. 도급과 파견의 구분 기준을 법제화하고, 불법파견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징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의 이상희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와 맞물려 있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임금인상을 강요할 수 없다. 원하청 거래를 중요한 개선요인으로 주목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산업현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시정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근로감독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