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대 저물고 개인 방송미디어가 대세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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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TV시대 저물고 개인 방송미디어가 대세인 시대 스펙터클한 사건과 TV 시대 그리고 백남준㊦

기사입력2024-04-15 13:2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매체는 매체다’는 “텔레비전이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수백만을 위한 미술관을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로 시작했다.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비디오 아트 프로그램의 마무리는 백남준이었다. 백남준의 ‘전자 오페라 1번’은 6편의 비디오 아트 중 마지막으로 방영되었다.

주목할 점은 백남준의 이 작업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참여 TV’라는 사실이다. 몽환적인 화면이 재생되면서 “이것은 참여 TV입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눈을 감으세요”, “2/3 눈을 뜨세요” 등의 지시하는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일방향성을 가진 TV 방송에서조차 그는 양방향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매체는 매체다’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아트 인 아메리카’ 잡지 표지에도 실리고, 기사로 크게 다루어지기도 했다. 모든 곳에서 이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다. 1969년 3월23일,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그해 9월부터 백남준은 ‘WGBH 록펠러 아티스트-인-텔레비전’의 입주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방송국과 더 밀접하게 작업을 진행한다.

지역을 넘어 대륙으로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비디오, 38분. <출처=MoMA>

이렇게 TV 방송을 예술매체로 활용했던 백남준은 급기야 대륙을 잇는 위성 중계 프로젝트까지 실행한다. 그는 살아가면서 3번의 위성 중계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 ‘굿모닝 미스터 오웰’를 제작해 1984년 1월1일 뉴욕 WNET와 파리 FR3 채널 등으로 전 세계 생중계했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시기에 동서양의 만남을 보여주는 ‘바이바이 키플링’을,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에 맞춰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낸 ‘세계와 손잡고’를 위성 중계했다.

이 중 위성 중계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기념비적이라 할만하다. 이 위성 프로젝트는 조지 오웰의 저서 ‘1984’를 모티브로, 그 책이 말하는 1984년에 생중계된 프로젝트다. 이 작업은 TV를 상호 소통적인 예술 매체로 활용함으로써, 명령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정치 도구로서 TV에 대한 오웰식의 부정적 시각을 타파하고, 참여 TV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대륙의 8개 대도시(뉴욕과 파리, 쾰튼, 베를린 , 함부르크,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서울)를 잇는 대규모 위성 중계 예술인 ‘굿모닝 미디터 오웰’은 머스 커닝햄과 존 케이지, 앨런 긴스버그 등이 출연하고, 요셉 보이스의 피아노 연주, 사포의 노래하는 장면, 패션쇼, 불꽃놀이 등의 장면이 교차하면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