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FTA후 적자전환, 수출입품목 구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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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EU FTA후 적자전환, 수출입품목 구성 탓? 145억불 흑자→84억불 적자…두바이→WTI 전환효과도

기사입력2015-02-04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기이코노미

2011년 7월 FTA 발효 이후 유럽연합에 대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우리 수출품목의 경기 민감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수출증대가 어렵다면 현지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태현 전문연구원은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유럽지역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한-EU FTA 발효 후 무역적자에 대해 단순한 적자규모보다는 품목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EU로의 3대 수출품목은 경기에 민감한 선박, 자동차, 백색가전으로, EU는 최근 몇 년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해당 품목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건당 금액이 큰 선박의 경우 EU 경기부진으로 수주 물량이 대폭 줄었으며, 자동차와 백색가전에 대한 소비도 경기 침체로 인해 떨어졌다는 것이 오 전문연구원의 말이다.

수입자동차 국가별 점유율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중기이코노미

수출은 줄었으나 EU로부터의 수입은 늘었다. FTA 발효 후 관세가 철폐되면서 유럽산 제품의 한국시장 진출은 활발해졌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 수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수입차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입차 중 유럽산 자동차 점유율은 2010년 65.4%였으나 2011년 74.1%, 2012년 74.3%, 2013년 78.5%, 2014년 80.4%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일본 수입차 점유율은 26.4%에서 12.3%로 추락했다.

그는 FTA 이후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던 것을 EU에서 수입하는 ‘전환효과’도 적자폭을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EU FTA 이후 원유다변화 차원에서 중동산 두바이유 대신 북해산 브렌트유 수입을 늘렸다.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도 이를 거들었다.

이에 따라 EU에 대한 경상수지는 적자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EU FTA 발효 1년 전까지만 해도 EU에 대한 경상수지는 145억달러 흑자였으나 발효 이후에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FTA 발효 1년차(2011년 7월∼2012년 6월) 18억달러 흑자에서 ▲2년차 46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후 ▲발효 3년차에는 84억달러 적자로 덩치를 키웠다.

EU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5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EU 수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달과 견줘 23% 줄어들었다. 품목별로 보면 무선통신기기(67%), 자동차(27.9%), 가정용전자제품(20.7%) 수출액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오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수출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수출품목 다변화가 어렵다면 현지 투자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오 전문연구원은 해외투자를 활발히 추진 중인 중국의 사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며 지분을 늘려가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 보도한 미국 민간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이 이탈리아에 투자한 금액은 35억유로(약 4조3600억원)에 달한다. 중국 국영전력회사인 국가전력망공사는 이탈리아의 국영에너지수송망 기업인 CDP레티의 지분 35%를 매수했으며, 중국 인민은행은 이탈리아 석유기업 에니(Eni)와 전력청인 에넬(Enel)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해외투자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