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RA는 녹색사기”…폐지냐, 무력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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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트럼프 “IRA는 녹색사기”…폐지냐, 무력화냐 무협, “IRA 혜택 불확실성 우려스러워” 대응 필요성 제기

기사입력2024-12-31 00:00

현지시간으로 오는 1월20일 열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이제 한달도 남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주요 국가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세계 경제와 무역의 향방도 높은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발 불확실성은 관세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도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미국에 투자를 하는 대가로 대규모의 보조금이나 제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약속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역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30일 발표한 ‘미 트럼프 신행정부의 세제 개혁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IRA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자 “녹색 사기”라고 비난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전면 폐기가 불가할 경우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IRA 보조금 수혜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 수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행정명령을 통한 제한적 무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 역시 이같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1월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IRA 전기차 세액공제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것이다.

IRA는 크게 3가지 종류의 세액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불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전기차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이다. 또 배터리와 신재생 등 분야 기업들이 북미에 투자할 경우 제조시설 투자금에 대해, 배터리와 태양광·풍력 발전에 쓰이는 부품 등을 제조한 경우 생산품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중에서 미국 언론들이 주로 폐지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전기차 세액공제다. 하지만 IRA의 다른 공제들 역시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태여서,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업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완전 폐지 힘들다지만…재무부 지침 해석 등 우려

IRA는 크게 3가지 종류의 세액공제 혜택을 규정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불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전기차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화당이 대선 승리에 이어 상·하원 과반을 확보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데로 입법을 할 수 있는 의회 지형이 갖춰진 것이다.

보고서는 2년마다 하원 전원, 상원의 1/3을 선거 대상으로 하는 미국 의회 선거 특성 때문에, 공화당은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임기 초반에 조세 감면, 관세 인상 등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봤다.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에도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했고, 이때 트럼프 감세법(TCJA)이 신속하게 통과된 바 있다.

그러나 무협 보고서는 IRA의 완전 폐지가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산업계에서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 2년간 민간부문 투자금 중 많은 부분이 공화당 지지 비중이 큰 남부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에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무부의 지침 재해석과 같은 방식으로 행정부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세액공제의 범위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핵심광물 및 배터리부품을 재분류하거나, 상업용·리스 차량 등으로 세액공제를 확대한 조치를 폐지할 수도 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한국산 전기차 역시 리스 차량 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아왔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보고서는 “IRA로 해외투자 유치 등 수혜를 입은 지역이 대부분 미국 남동부 공화당 우세지역에 위치해 있어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상당한 대미투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IRA 세제 혜택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는 미국내 제조업 강화와 무역 불균형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고용창출 효과, 세수 증가, 산업경쟁력 강화 등 다방면으로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알려 입법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