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메이슨 판정…정부는 구상권 행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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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엘리엇·메이슨 판정…정부는 구상권 행사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손해 회복해야

기사입력2024-05-28 10: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과 김남근 당선인, 민변, 참여연대 등은 27일 ‘메이슨 중재판정문을 통해서 본 삼성물산 불법합병의 문제점과 정부·국민연금의 역할’ 좌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미국계 투자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요구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대한민국은 지난해 6월20일과 올해 4월11일 각각 패소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배상원금 690억원과 이자·법률비용을 합쳐 1300억원을 지급할 것과, 메이슨에 대해서는 438억원과 2015년 7월17일부터 5% 상당의 지연이자 등 손해배상을 한국 정부에 명령했다.

앞서 2022년 4월14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결의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업무상 배임죄를 유죄로 확정한 바 있다. 또, 2019년 8월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의 승계작업 존재 및 뇌물제공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이러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으로 입은 국민연금 손해와 보전 방안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즉 국민연금과 연금가입자에게 손해를 야기한 원인제공자들에게 정부는 구상권을 행사해 그 손해를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과 김남근 당선인, 민변, 참여연대 등이 27일 개최한 ‘메이슨 중재판정문을 통해서 본 삼성물산 불법합병의 문제점과 정부·국민연금의 역할’ 좌담회에서, “최고의 경제권력과 최고의 정치권력 사이에서 이뤄진 부당한 거래와 그 여파에 관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정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밑바닥을 흐르는 중요한 논점이었다”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심판으로 첫 단추를 끼웠지만, 현재 전체 흐름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이 사건의 또 다른 단면을 살펴보고 정부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될 것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두 건의 ISDS 중재판정에서 공통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대한 대통령, 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 및 관련 공무원들의 행위는 뇌물, 직권남용 등으로 얼룩진 부당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참여연대가 삼성 불법합병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가 2015년 5월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재용 회장의 부당이익과 국민연금의 손실을 추산한 결과, 이재용 일가는 최소 3조1000억원에서 최대 4조1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며, 국민연금은 최소 5200억원에서 최대 675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삼성 불법합병으로 인해 국민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정부는 국민연금이 입은 피해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행위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로 국민연금 손해 만회해야

전 교수는 국민연금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로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제시했다. 엘리엇과 메이슨 중재판정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는 손해를 경험했으며, 따라서 정부는 즉각 손해의 원인을 제공한 ‘이재용·박근혜·문형표·기타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그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 불법행위의 핵심인 뇌물과 직권남용 등은 이미 사법당국의 심판이 마무리돼 있으므로 현재 진행중인 다른 재판의 판결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정당한 감독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번 2건의 ISDS에서 보듯이 몇 천억원에 달하는 손실 추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국민연금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정부는 즉각 국민연금과 연금가입자에게 손해를 야기한 원인제공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그 손해를 보전하도록 적절히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교수는 대한민국 정부의 행위에 대한 국제투자자의 분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자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내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ISDS 대응 규범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응단의 구성 ▲관련자의 제척 ▲필수 정보 공개 ▲국회의 정례적 감시 ▲손해의 보전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동일수준의 보호 ▲사후평가보고서 발간 등의 내용을 규정하는 가칭 국제투자자분쟁 대응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