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된 인공지능,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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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의인화된 인공지능,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 AI, 데이터대로 창작을 할 뿐…인공지능 예술가의 탄생㊦

기사입력2019-09-16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인물 형상을 한 AI(인공지능)가 단독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미국의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 같은 외모’라고 어떤 매체가 소개한 세계 최초 AI 휴머노이드 로봇 예술가 아이다(Ai-Da)는 2019년 6월12일부터 7월6일까지 영국 옥스퍼드 세인트존스 대학(St John’s College)의 반 갤러리(The Barn Gallery)에서 ‘안전하지 않은 미래(Unsecured Futures)’라는 전시회를 열었다(정확히는 아이다의 연구집단이 전시회를 열었다).

아이다는 안면 인식기술을 탑재한 눈으로 대상을 인식하고 패턴을 만들어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 전시에서 아이다는 드로잉 8점과 회화 20점, 조각 4점, 영상작품 2점을 선보였다.

이렇듯 AI는 예술창작에서도 인간의 영역에 성큼 다가와 있다. 하지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 과연 주변에 인간 실행자가 없다면 작품으로서 예술적 결과물이 가능할까? AI가 썼다고 화제가 되었던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은 그 글을 쓸 때, 기여도가 AI는 20%, 인간이 80%였다고 한다. 2016년 이 AI를 개발한 사토 사토시(佐藤理史) 교수는 “소설을 쓰는 프로그램 개발을 더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며, “더는 미래성이 없다”고 말하기 했다.

AI의 예술작업에서는 인간이 조수가 돼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온전한 AI의 예술창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아티스트 아이다(Ai-Da)<출처=www.dezeen.com>

또 다른 의구심도 있다. 과연 AI는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 AI는 예술창작을 할 때 제작이라는 목표 이외에 다른 목표도 가지고 있을까? 예를 들자면, 타인이 작품을 바라볼 때의 감정이나 희열을 생각하며 예술창작을 할까? 과연 예술창작 행위와 연산 행위를 서로 다른 행위로 인식할 수 있을까? 혹시 바둑게임과 예술창작을 똑같은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을까?

AI가 쓴 영화 대본 ‘선스프링’에는 배우의 행동을 묘사한 지문 중에 “그는 별들 속에 서 있었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는 것과 같이 이상한 문장이 나온다. 감상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AI가 그저 데이터대로 창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예술을 창작하는 AI의 여러 사례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동물 화가의 그림이나 동물이 연주하는 음악, 동물이 마치 사람인 양 행하는 몸짓(연기)이다. 이러한 동물의 예술적 행위는 대부분 서커스 공연에서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행해진다.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의 예술적 행위는 신기한 오락거리일 뿐이다. 동물은 자신의 그림이, 연주가, 연기가 어떤 맥락과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사회적 인간의 속성을 유사한 방식으로 모방할 뿐이지 사회화된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사회의 역학은 모른다.

동물에게 예술적 행위는 단지 보상으로 먹이를 받기 위한 행위라고 할수 있다. 그 누구도 동물을 예술의 감상자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AI는 어떠한가? 동물조차도 (지극히 인간적인) 예술의 감상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작품을 ‘분석’하는 것이 아닌,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