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행정 반복되면, 촛불정부는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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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아마추어 행정 반복되면, 촛불정부는 실패한다 소득주도성장 기조하에 경제·사회 정책…일사불란하게 집행해야

기사입력2019-05-31 17:3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총론은 그렇다고 해도 각론이 한국사회를 혼돈으로 몰아간다. 치밀한 기획과 준비를 거쳐 실행돼야할 각론이 들쭉날쭉해, 총론 자체의 정당성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가’경제가 아닌 ‘국민’경제, 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사회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순간, 족족 극단적인 갈등만 불러왔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동자와 사용자·정부, 중앙정부와 울산지방정부 간 대립구도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지난 28일 오후 울산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황세영 시의회 의장 등 시민 100명이 참가해 열린 한국조선해양 울산 존치촉구 범시민 비상대책 회의.<사진=뉴시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지난 29일 울산지역 6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한 대중집회에서 ‘현대중공업 본사(중간지주사법인) 이전’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울산직할시 시정과 의회를 책임진 2명 모두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대우조선해양 합병 이후 어떤 형태로든 알짜회사가 울산에 있어야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한 정치행위다. 무엇보다 31일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결의하기 위한 주주총회가 임박했던 이날, 표를 먹고 사는 이들 정치인의 선택지는 이미 예정됐다고 봐야한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사업법인과 중간지주사법인으로 쪼개는 방안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면서 양자가 합의한 내용이다. 그러나 중간지주사법인 서울 이전은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송철호 시장이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싸고 정몽준 부자에 대한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금, 산업은행·중앙정부가 중간지주사법인의 울산 존속을 위해 현대중공업을 설득할 여지가 있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울산시와 중앙정부 간 갈등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사전에 조정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분란이다. 정부가 자초한 이 문제 이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체를 반대하는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과 함께 노동조건 유지를 정부가 보증했다면, 사태가 이 정도까지 꼬이지 않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문제는 울산과 거제 시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갈등양상도 심각하고 대중적 폭발성도 강할 수밖에 없다. 또 현대중공업의 주총 등 예정된 합병 일정이 있기에, 집권여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정치인에 대한 중앙당의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추진 중인 김해공항 확장 건설계획을 폐기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정책방향을 바꾸는 결정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다.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가 열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7일 오거돈 부산시장·허성무 김해시장 등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들은 이인영 원내대표를 방문해, ‘김해 신공항 타당성 검증 보고서’와 함께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오건돈 부산시장·김경수 경남도시자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15년이상 지속됐던 PK와 TK 간 갈등을 초래했던 이 문제를, 총선도 1년가까이 남은 이 시점에 전국 이슈로 만들려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해 이반되는 PK 민심을 되돌리고자하는 정략이 발동한 거라면 오산이다. 대구·경북의 반발이 불 보듯 분명할 터인데, PK를 붙잡고 대신 TK를 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래선 안된다.

‘김해 신공항 타당성 검증 보고서’의 신뢰성을 100% 인정하더라도, 가덕도 공항 문제는 좀 더 세심하게 풀어야한다. 가덕도 공항 문제를 키우는 주체 모두가 집권여당 소속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아닌가. 하시라도 협의를 통해 가덕도 공항 문제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모색해야지, 공개적인 세몰이로 TK민심을 자극해 어쩌자는 것인가. 가덕도공항 건설·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합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목적 자체도 정당해야하지만, 목적달성을 위한 절차와 수단 또한 국민동의가 전제돼야한다.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정부 입장에선 답답하고 돌아가는 듯 느낄 수 있지만,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어설픈 최저임금정책이 ‘을들의 전쟁’을 포함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는지를 곱씹어야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사회안전망 강화, 재정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소득보전, 갑을관계 개선 등의 정책이 선행 또는 병행됐어야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을 추동할 이들 핵심 정책이 뒤늦게 나왔고,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의 무차별적 공격이 더해지면서 소득주도성장론 존립 자체도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기득권집단의 기승전-문재인 공세가 여전한 지금, 촛불정부 임기도 이제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내세웠던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한다. 준비없는 최저임금 인상,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현대중공업 사후처리 방식, 뜬금없는 가덕도 공항 공론화와 같은 아마추어 행정이 반복되면 문재인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가장 빠른 시간내 당정을 아우르고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한다. 이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굳건히 한 상태에서, 경제·사회 정책을 일사불란에 더해 속도감있게 집행할 때만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