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봉 40%오른 반면 최저임금 24%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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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CEO 연봉 40%오른 반면 최저임금 24%올렸다 30·50클럽 가려면,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아닌 가속화 대상이어야

기사입력2019-03-25 18:2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 보장은 저임금근로자 생활안정, 양극화 완화 등을 위해 필요하지만, 인상은 시장의 수용성 등 경제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앞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서면으로 답한 내용이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최저임금도 내기 어려운 소상공인들께는 경영부담을 드렸고, 그로 인해서 그런 일자리마저 잃게 되신 분들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뼈아프게 생각하고,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벌총수 일가 CEO의 연봉이 40%이상 오르는 동안 노동자의 최저시급은 5210원(2014년)에서 6470원(2017년)으로 24.1% 인상됐다. 지배주주 CEO, 자신의 연봉은 절반가까이 올린 반면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자신의 절반수준으로 묶어두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그랬다면 대기업집단 임원을 포함한 CEO는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이 높다는 등의 망언은 하지 말았어야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낙연 총리의 사과 하루 전, 20일 대다수 언론은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영향조사 중간보고’ 자료를 인용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를 정부가 처음 인정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고용노동부가 중간보고서에 “최근 경기가 하강국면에 있고, 시장 포화로 소규모 업체의 영업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썼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관련 보도와 박영선 중기부장관 후보자 답변, 이낙연 총리의 발언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은 정부의 정책기조로 자리잡았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보수·극우 야당은 최저임금 속도조절 수준을 넘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까지 정부에 촉구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 또한 공익위원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꿔, 노동계의 입지를 줄이고자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도모겠다는 노동계의 주장, 이제 씨알도 먹히지 않는 환경이 됐다.

그래, 최저임금 많이 올랐다고 인정하자. 시급 기준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2년동안 29%나 인상됐다. 그렇게나 많이 오른 올해 최저임금,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고시한 2인가구 최저생계비(174만3917원)보다 1000원 좀 넘는 돈이다.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저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이처럼 인색한 우리사회, 사용자들의 연봉 인상에는 얼마나 관대했는지 보자.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발행한 경제개혁리포트(기업내 CEO-직원 상대보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임원을 포함한 CEO의 2017년 평균 보수(퇴직소득 제외)는 직원의 평균 보수보다 23.6배 많다. 2014~2017년 4년간 대기업집단 직원은 연 평균 6900만원의 급여를 받았지만, CEO는 그보다 21배가까운 14억2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CEO의 범위를 지배주주로 좁히면 기업내 CEO-직원 상대보수는 28배까지 올라간다. 재벌총수 일가인 이들 CEO가 지난 4년간 연봉으로 가져간 돈은 연 평균 17억9000만원에 달한다. 보다 놀라운 점은 2014년 이후 3년간 지배주주 CEO의 상대보수 인상률이 40% 이상이란 사실이다. 2014년 24.2배였던 상대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26.4배, 2016년 29.7배 그리고 2017년에는 34.5배로 치솟았다.

그런데 손경식 CJ 대표이사 회장 겸 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이 2년 간 30%가까운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높은 수준이 됐다”며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손 회장 이외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이 했던 최저임금이 높다는 망언을 책으로 만들면 한 권 분량이 넘는다. 요즘 정치권에 ‘내로남불’이란 유행어가 남발되는데, 재계의 내로남불 행태는 정말 꼴사나운 수준을 넘어섰다. 주식배당금·스톡옵션은 별개로 하고, 18억원 연봉자들이 2000만원 최저생계비를 받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며 저 난리를 쳤다니.

이낙연 총리도 얘기했고 고용노동부 중간보고 자료에서 보듯이, 도소매업·음식숙박업·중소제조업 등 취약부문에서 최저임금이 부담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보험료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인상 제한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중소제조업 등 취약부문에 고용이 감소했다면, 지원책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게 올바른 처방이다.

최저생계비 수준의 임금을 받는 취약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통제해,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GDP 3만달러·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면 ‘선진국’인가. 자산·소득 등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경제성장 잠재력 자체를 저해한다는 연구보고서는 차고 넘친다. 지금과 같이 저임금노동자와 가계만이 고통을 전담해선 진정한 30·50클럽 국가가 될 수 없다. 분배를 둘러싼 계층간 갈등으로 부자도 불안하고, 기업의 미래 생존 또한 담보할 수 없음도 명확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조절 아니라 가속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최저임금 현실화(인상)에 필요한 재원은 우리 공동체가 함께 부담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대기업 임원을 포함 CEO의 과도한 욕심을 통제하고,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간 형평을 맞추기 위해 속도가 필요한 부문은 경제민주화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기반한 저부가가치 산업(제품)으로는 날고 뛰어봐야 중진국의 함정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