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 인기에 또 뒷북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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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포켓몬 GO’ 인기에 또 뒷북치는 정부 내수시장·일자리창출 운운…중요한 것은 기술 아닌 콘텐츠

기사입력2016-07-19 16:16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GO’가 출시된 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포켓몬 GO는 나이앤틱(Niantic)과 닌텐도, 구글이 함께 만든 게임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를 활용, 게임사용자가 직접 현실을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고 육성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포켓몬 GO와 이코노미를 합한 ‘포켓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이 게임의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실제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임이 가능한 지역인 속초시는 난리가 났다. 속초로 가는 버스가 매진되는가 하면, 포켓몬 GO 전용 관광상품도 등장했다. 속초시청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매출 집계를 내지 못해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렵지만, 확실히 최근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었다”며 “당일치기로 시간을 내서 오는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많은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정부도 발 빠르게 한국형 AR게임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한국은 이미 AR 선두주자로, 포켓몬 GO와 같은 게임을 만들 기술력은 이미 갖춰진 상태다.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AR게임으로 내수시장도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데, 툭하면 내수시장·일자리창출 운운하면서 뒷북치는 것도 한 두번이 아니지만, 포켓몬 GO의 성공비결을 기술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포켓몬 GO의 인기는 앱 자체의 화려한 사용자환경(UI)이나 엄청난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AR기술은 이미 10여년 전에 개발된 것이다. AR과 GPS라는 기술이 탑재된 게임이 포켓몬 GO가 처음도 아니고, 유일하지도 않다. 바꿔말해 기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콘텐츠’의 파워가 인기비결이라는 얘기다. KT는 5년 전 AR게임 ‘캐치캐치’를 내놨지만 1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포켓몬 GO 개발사인 나이앤틱도 4년전 AR게임 ‘인그레스’를 출시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친숙한 포켓몬스터를 게임에 입히면서 출시 14시간만에 애플리케이션 내려받기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포켓몬이라는 캐릭터 IP와 재미 그리고 AR, GPS,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공한 것이다. 기술은 성공의 한 부분일 뿐이다.

게임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는 포켓몬과 같은 캐릭터가 없다. 뽀로로나 타요는 훌륭한 캐릭터이지만 그 인기는 영유아나 아동에게 높을 뿐, 성인까지 사로잡진 못했다. 20~30대에게 뽀로로와 타요와의 추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얼마가 그렇다고 대답할지는 미지수다. 기술보다 앞서 필요한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역량이다. 그게 빠진 채 정부가 아무리 지원한다 해도 인기있는 콘텐츠가 당장 만들어질리 만무하다.